탄생(크리스티안 레만) 음악의

 크리스티안 레만, 『음악의 탄생(왜 인간은 음악을 필요로 하게 되었는가?』, 마고북스, 2012

호모 무지쿠스(Homo Musicus), 음악적 인간을 찾아가는 여로.

음악과 그로 인한 자극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음악은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켜 피부를 오싹하게 하고 심장박동과 호흡을 빠르게 하며 심지어 눈물까지 흘린다. 15

신화는 세상의 사물과 사사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 역사의 실례를 통해 합리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는 것을 푸는 가장 오래된 설명 방법이다. 각 민족은 신이 악기를 선물했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23

신화를 단지 재미있는 이야기로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인류학적으로 뜻 깊은 단서를 찾아내는 암시로 읽는다면, 다시 말해 민족이라는 집단이 가진 잠재의식의 우회적 표현으로 해석한다면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두 가지다. 시링크스와 판의 이야기에서 악기는 무엇보다 에로스의 의미를 갖는다. 헤르메스와 리라의 이야기는 농경문화에서 생존과 직결된 동물에서 얻은 악기를 만들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신화는 음악을 먹고 사는 데 꼭 필요한 귀중한 것들과 결합시키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신화는 음악의 도구인 악기를 음악과 삶의 상징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이는 곧 음악이 살아가는 데 필수품이라는 잠재의식을 반영한 것일 것이다. 24

근대가 되어 음악의 기원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한 사상가는 장 자크 루소인 그는 음악과 언어가 공통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24 루소의 상상에 따르면 원시인들은 소리 높여 샹송(노래)을 부르며 서로 의사소통을 했다고 한다. 이처럼 뮤지크(음악)와 랑(언어)은 본래 하나이며 뒤늦게 음률과 단어로 나뉘었다는 주장이다. 루소는 이런 발달이야말로 인류에 재앙을 가져다준 것이라고 개탄한다. 25

진화론 창설자 찰스 다윈도 같은 말을 했다.인류의 조상은 남성, 여성, 혹은 둘 다 음악적 음률과 리듬으로 서로를 유혹한 것으로 보인다. 서로 느끼는 사랑을 뚜렷한 언어로 표현할 능력을 습득하기 전까지는 말이다.(18711인류의 유래와 성에 관한 선택)

다윈은 종의 기원(1859)에서 진화론의 중요한 원리를 설명했다. 환경조건에 따라 선택이 이뤄진다는 자연선택 외에 종의 바산에는 성의 선택이라는 다른 원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미와 관련된 것으로, 외모의 특정한 특징이나 태도로 이성의 마음을 얻는 자가 더 많은 자손을 갖게 된다는 주장이다. 27

노래는 거의 모든 종교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종교공동체 구성원만 노래하고 신앙을 고백하거나 함께 예배를 드리며 명상을 것이 아니다. 사제나 무당 등 현세와 초월적인 천국 사이를 중재하는 모든 사람들은 신을 부르거나 성령께 맹세할 때 특별한 의미를 담은 가사를 부른다. 기도문이나 경전의 음송은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쓰는 말 가운데 특별한 것을 골라 무게를 주면서 음악적으로 운율을 실어 읊는다. 98

아직도 활자를 문화에서 음유시인은 걸어다니는 역사책 같았다. 음유시인이 맡은 과제는 신들과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은 서사시를 계속 전달해 민족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일이었다. 축제와 같은 공동행사의 장에서 음유시인들은 즉흥적으로 서사시를 띄웠다. 99

20세기에 들어서도 이러한 전통은 중앙아시아에서 발칸반도에 이르기까지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일리아스와 오디세이를 읽는 이야기를 하더라도 호메로스의 이름 아래 기록되기까지는 수백년에 걸쳐 수많은 세대를 거쳐 음유시인들에 의해 구전되어 온 것이다. 99

일정한 게임의 룰을 의식화한 형태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평소에 다른 목적으로 하는 행동으로부터 이끌려 몇 가지 특징에 의해 일반적인 행동과는 구별된 것처럼 보인다. 의식화된 형태는 과장되거나 반대로 아주 단순해지기도 한다. 과장이든 단순화든 중요한 것은 이런 식으로 표현된 메시지가 ‘전형적 집중력’을 지녀야 한다는 점이다. 105

목사가 예배에서 찬송가를 부르게 할 때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음유시인이 영웅의 행적을 찬미할 때 일어나는 것과 같은 현상이 두 적수가 노래로 설전을 벌일 때도 일어난다. 이때 전달되는 신호는 전형적인 집중력을 지닌다. (중략) 이렇게 해서 말은 일상의 단조로움을 떨치고 사람들의 주의를 끌며, 신호로서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이는 신앙의 고백이나 호소, 또는 노래의 결투에서 보듯이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 예이다. 105

오리냐크문화시대를 산 인간은 이미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같은 호모 사피엔스이자 호모 무지쿠스였다. 생물학적으로 3만 년에 이르는 동안 인류의 생각은 그 차이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변화했을 뿐이다. 구석기시대 말 살았던 인간의 골격과 감정, 그리고 두뇌능력은 컴퓨터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축적된 경험이 다른 자연과 역사 기술을 둘러싼 지식이 다를 뿐이다. 110

음악이 최초로 만들어진 것은 악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가장 원초적인 악기는 인간의 몸, 노래하는 소리요, 리듬을 두드리고 구르는 손과 발이다. 111

주변에 있는 것을 그대로 그려내 깎고 만드는 예술, 말 그대로 마치 그렇게 만드는 재능의 바탕에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어하는 감각과 상상력이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상력과 미화감각이야말로 인류의 모든 고급문화를 낳은 씨앗이다. 수천 년의 세월을 땅속에 묻혀 지내며 햇빛을 받게 된 석기시대의 관악기는 인간의 노랫소리와 동물의 울음소리를 흉내내기 위해 만든 도구다. 이 도구는 새 뼈와 매머드의 상아를 깎아 만든 플루트다 113

지중해 권역이나 근동아시아 지역의 목동들이 사용하는 단순한 구조의 피리는 취구에서 입김을 불어 넣으면 내부 공기가 진동하면서 소리를 낸다. 연주자가 구멍을 막거나 뚫어 변화를 주면 음은 높아졌다 낮아졌다 한다. 113

석기시대 악기를 만든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경험 위에서 작업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뼈의 두께와 길이에 따라 어느 특정 음계의 연주가 가능한지 계산했을 것이다. 활시위가 떨리는 소리에서도 현의 길이, 팽팽한 정도와 음높이의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음을 경험할 수 있다. 긴 끈은 짧은데 비해 낮고 깊은 소리를 내 끈을 팽팽하게 당기면 올라가고 풀리면 소리는 낮아진다. 118관악기나 현악기를 만드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단위와 수와 울림 사이의 상관관계를 알아차린다. 악기의 발명과 함께 음악이론도 시작되는 셈이다. 물론 이 음악이론이 기록되기까지는 수천 년의 세월이 흘러야 했다. 119

단위와 숫자, 조화와 인격 피타고라스 학파는 단위수 3, 4, 5가 직삼각형 변을 이룰 때 일정한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만을 아는 것이 아니다(3승+4승=5승). 현악기의 현이 정수 비율을 가질 때 서로 귀에 어우러지는 소리가 생긴다는 사실도 알았다. 피타고라스와 그의 추종자들은 나중의 모든 음악이론에 기초한 원리, 즉 길이의 비율이 2:1을 이루는 줄은 한 옥타브에 해당하는 소리를 낸다는 것을 처음 밝혀낸 것이다. 3:2 비율은 5도 음정을, 4:3 비율은 4도 음정을 각각 나타낸다. 또, 4:3의 비율을 가진 길이 3도와 5:4의 비율의 단 3도도 있다. 5도 음정은 한 음계의 모든 음정을 구성하는 기본 바탕이다. 120도 음정은 기본 음정

음악은 만물의 질서를 단위와 수에 따라 그대로 모방한 것이기 때문에 고대의 음악이론은 수학 분과의 하나로 무릇 젊은이들이 익혀야 할 7가지 자유기예에 속했다(이는 중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수학 기하학 천문학 그리고 음악은 쿼드리븀(네 길)으로 불렸다. 이 네 가지 길에서 근대에 이르러 자연과학이 탄생한 것이다. 이 쿼드리븀과 구별되는 것이 말의 기예, 즉 문법 수사학 토론학문을 다루는 트리븀(세 길)이다. 이 트리뷴에서 오늘날 우리가 인문학이라고 부르는 것이 생겨났다. 122

조화로운 전체를 중시하는 피타고라스 학파의 이론에 따르면 천상과 지상의 움직임만이 단위와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혼의 운동도 조화의 법칙을 따라야 한다. 이 조화의 법칙은 음악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음악이 고대 그리스에서 특히 청소년 교육과 인격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이런 세계관에서 얼마든지 납득할 수 있는 일이다. 122

특정 소리와 리듬이 그 고유의 본질(에토스)에 맞춰 인간의 꼴을 결정한다는 피타고라스 학파의 가르침은 특히 플라톤에서 확인된다. 플라톤은 음악 이론가 오어 출신의 다몬에게 그런 가르침을 들었다고 언급한다. 이 대화는 플라톤의 <국가>에 수록된 것으로, 플라톤의 스승인 소크라테스와 아데이만토스, 그리고 음악가인 그라우콘이 쓴 것이다. 123

위 대화에서 “운율”이라는 말은 오늘날 한국에서는 장조나 단조와 구별하는 “조성”을 의미한다. 전형적인 선율적 특징을 지닌 그러한 조성을 고대(그리고 기독교 중세)에는 단 두 가지뿐 아니라 적어도 일곱 가지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조성에는 각기 다른 민족의 이름이 붙었다. 도리아, 프리지아, 리디아 이런 식으로 125

조화의 비율은 작은 것, 나아가서는 작은 세상의 극히 작은 것에서도 볼 수 있다. 자연을 관찰하면 4(四) 또는 5(五)라는 수나 꽃의 나선형 구조를 알 수 있으며 눈송이는 육각형 모양의 별 모양이다. 현대 물리학은 모든 물질의 기초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작은 태양계를 닮았다고 한다. 플라톤과 동시대의 인물인 데모크리토스가 이미 아토모스(Atomos), 더 이상 분할할 수 없는 것으로 불렀던 원자 구조를 뜻한다. 원자핵은 일정한 궤도를 회전하는 작은 전자에 둘러싸여 있고, 이 구조는 특정한 수의 비율을 가질 때만 안정된다. 126

세계는 일종의 선율이다.(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 Johannes Kepler)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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